출조일시 : 2017.12.07. 10:00 ~ 14:30

출조장소 : 제주 섭지코지 기차바위

진입방법 : 걸어서 진입가능. 낚시가방과 밑밥통 들고 걸어서 진입가능. 여성도 혼자서 진입할 수 있음.

출조결과 : 긴꼬리벵에돔 20cm ~ 27cm 20여수

 

 

 

 

섭지코지 기차바위 낚시 조행기 첫편 보기

 

 

 

나의 채비

▶로드 : 머모피 캡틴 1-530

▶릴 : 바낙스 루니아 2500

▶원줄 : 2호

▶목줄 : TORAY L-SE 0.8호, 3미터

▶찌 : ARRK ZR-023, 0호 구멍찌

▶바늘 : 가마가츠 구태구레 4호 → 가마가츠 경기구태 벵에돔 6호(핑크)

▶기타: 원줄 - 찌 - 조수고무 中 - G3봉돌 - 직결 - G7 봉돌 - 바늘

 

 

작은 0찌로 시작했다. 벵에돔이 부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해서 채비를 내려보고자 봉돌을 무겁게 달아보았다.

전방 간출여로 20m 정도 캐스팅하자 찌로는 입질을 파악 할 수 없었다. 베일을 열고 원줄이 풀려나가는 것을 보며 입질을 기다리고 있는데, 첫 캐스팅부터 원줄이 슬쩍 풀려나가는 것을 느꼈다. 첫 수는 씨알좋은(?) 자리돔.

 

그 뒤로 두어번의 캐스팅을 더 한 뒤 기다리고 있는데, 고등어 찌낚시에서나 경험해 본 속 시원한 입질을 받았다. 스풀의 원줄이 사정없이 풀려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흥분한 마음을 다잡고 차분히 베일을 닫고 대를 세워 챔질!

 

1호 대로 충분히 제압 가능한 25cm에 조금 못미치는 긴꼬리벵에돔을 걸어 들어뽕!

 

평소 자주 출조하는 포항과 경주 인근 방파제에서의 벵에돔 낚시는 원줄을 가져가는 시원한 입질은 물론이고 벵에돔 자체를 잘 잡지 못했기에 방금의 입질은 나에게 신세계였다. 내가 제주도에서 낚시를 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알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뜰채를 준비하는 순간부터 30cm 이상을 기대했기에 25cm에 미달하는 벵에돔은 풀어주는 내 모습이 낯설었다. 포항에서 긴꼬리벵에돔 25cm면 대물인데!

 

그렇게 10시부터 11시까지 한 시간 정도 20cm~ 25cm 정도의 긴꼬리벵에돔 대여섯마리를 낚았다. 이제 슬슬 물이 차올라 자리를 높은 곳으로 옮겼다. 그리고 새로운 자리에서는 조과를 남기기 위해 20cm 이상은 일단 물칸(두레박)에 담아두기로 했다.

 

포항에서 내가 방문한 낚시방에서는 벵에돔의 입이 작고 입질이 약다는 이유로 4호 바늘을 추천해 주었다. 그래서 계속 4호 바늘을 쓰다가 제주도 오기 며칠 전에 벵에돔 6호 바늘을 사봤다. 왠지 제주도에서는 대물을 걸 수 있을거 같다는 기대가 있었나 보다.

 

제주도에서 4호로 낚시를 하다보니 벵에돔을 낚아도 목구멍 깊숙히 바늘이 꼽혀오는 경우가 많아 바늘 빼기도 어렵고 바늘을 빼는 과정에서 과다출혈 증상을 보이는 벵에돔이 안쓰럽기도 했다. 그래서 바늘을 6호로 바꿔 보았다.

 

<사진4. 벵에돔 바늘 4호와 6호>

 

바늘을 6호로 바꾼 후 원줄을 시원하게 가져가는 입질에 채비를 걷어보니 15cm 될까말까한 꼬꼬맹이 긴꼬리벵에돔이 잡혀있었는데, 글쎄.... 6호 바늘을 삼키고 올라왔다. 4호 바늘은 여기서는 맞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오죽하면 감성돔 3호 바늘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살짝 들 정도였다.  

 

4호에 비해 6호의 가장 큰 장점은 바늘 묶기가 쉽다는 것이다. 그리고 6호 바늘을 쓰고나서 바늘을 삼키고 올라오는 벵에돔이 줄어들었다. 

 

 

<사진5. 기차바위에서 북쪽 경치>

 

자리를 옮겨 다시 낚시를 시작했다. 이제 제주도에 조금 적응을 했는지, 낚시가 아닌 경치가 눈에 들어왔다. 북쪽으로 저 멀리 코지하우스와 방두포등대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많은 관광객들도 눈에 보였다. <사진5>의 오른쪽 끝에 있는 바위를 보며 "참 토끼같이 생겼네..."라는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정말 토끼바위라고 한다.

 

이 곳에서 만조까지 2시간 조금 안되는 시간동안 낚시를 했다.

재미있는 점은 잡혀오는 벵에돔은 모두 긴꼬리벵에돔이었다. 초소형 15cm부터 나름 묵직한 손맛을 전해준 27cm까지 모두 스풀의 원줄을 자기것처럼 시원하게 가져가는 긴꼬리벵에돔이었다. 입질인지 아닌지 고민할 필요없는 속 시원한 입질만 있었다. "베일을 열어두고 스풀에 손가락을 살포시 얹힌 채 낚시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와닿았다. 지금까지 포항에서 찌만 바라보며 "들어가라, 들어가라" 했던 것과 많이 비교되었다.

 

물속에 자리돔, 초소형벵에돔, 멸치, 학꽁치 등의 잡어도 꽤 보였지만, 낚인 잡어는 자리돔, 초소형벵에돔, 학꽁치 각 1마리 뿐이었다. 덕분에 잡어로부터는 자유로운 낚시를 할 수 있었다. 

 

12시 40여분, 만조에 접어들자 신기하게도 입질이 크게 줄어들었다. 크릴도 그대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동해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물때의 중요성을 느낀 순간 이었다. 조금만 더 하고 철수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라, 뒤에서 낚시하던 현지꾼이 "아저씨" 라고 나를 부른다. (((이제 "아저씨"라는 호칭에 익숙해져야 하는데....)))

 

벵에돔 회와 라면이 있으니 같이 먹자고 초대해 주셔서, 거절하지 않고 단번에 응했다. 안그래도 점점 강해지는 바람에 슬슬 추워지고 있었기에 회보다 라면에 더 끌렸다!

 

나눠주시는 음식에 감사하며 함께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눴다. 한라산 소주도 한모금 나눠주셨다. 낚시인으로써 제주도에 사시는 분들이 정말 부럽다고 하자 그 분들은 오히려 더더더더 섬으로 가서 낚시를 하고 싶다고 하신다. 나보다 먼저 와서 낚시를 하던 현지인은 나보다 대물을 잘 낚으시는거 같아 비결을 여쭤보니 기차바위 비밀 포인트를 알려주셨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시 섭지코지를 찾는다면 그 곳을 공략해보리라! 그리고 들물일때만 잘 잡히는게 아니라고 일러주셨다. 낚시 포인트에 따라 들물에 잘 잡히는 곳, 날물에 잘 잡히는 곳이 있다는 정보도 주셨다.

 

커피까지 얻어 마시고 자리에 돌아오니 1시 30분. 2시에 철수할 생각으로 다시 낚시대를 잡았다. 제주에서의 낚시는 30분도 소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질이 영 없었다. 캐스팅을 하고 한 참이 지나 채비를 걷어보니 제주도를 낚았다. 봉돌이 무거워 채비가 바닥까지 닿았나 보다. 채비 회수가 되지않아 강제집행했더니 목줄이 터졌다. 이제 그만 접으라는 신호로 보여 시계를 보니 거의 2시가 되어 낚시대를 접었다. 호기롭게 펴 놓았던 뜰채도 조용히 접어 넣었다.

 

 

<사진6. 오늘의 조과>

 

물칸으로 쓰던 두레박을 쏟아보니 15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사진을 찍고 아직 살아있는 작은 녀석들은 바다로 돌려보내주고, 25cm가 넘는 큰 녀석들과 바늘이 깊숙히 박혀 빼는 과정에서 생을 마감한 녀석들을 뒤에 있던 현지인의 살림망에 넣어드렸다.

 

"아이스박스와 얼음을 사야되나" 고민했던 대물을 낚지는 못했지만, 정말 재미있고 즐거운 낚시였다. 현지인들의 넉넉한 배품도 그 즐거움에 포함되어 있으리라.

 

또 언제가 될지 알 수는 없지만.... 즐거웠던 섭지코지 기차바위에서의 추억을 뒤로 하고 자동차 시동을 걸었다. 주차장에서 빠져나가는 길에 주차비 1,000원(경차)을 냈다.

 

정말 즐거운 하루였다.

2017.12.17. 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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