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 때문에 벗어나려 했습니까? (출처: https://blog.naver.com/ecopia0611/222465116610)

 

 

2008년 여름, 전 직장(자동차 제조업)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정확한 이유는 기억이 흐릿하지만, 무언가에 대한 억울함, 늦은 승진, 너무 잦은 야근과 주말 근무, 나와 회사의 낮은 발전 가능성, 주력상품에 대한 불안감 등이 주요 원인이었다.

 

어디에선가 마주친 위 사진을 닮은 "무엇 때문에 벗어나려 했습니까"라는 작품 앞에서 그 이유들을 생각하며 벗어나려 했던 이유들을 곱씹었던 기억이 난다.

 

결국 사표를 던지고 2년 여의 직장생활을 마감했다. 

다행히 얼마지나지 않아 신의 직장이라 불렸던... 그런 줄 알았던... 사립대학교 정규직 교직원이 되었다.

 

십수 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 이직에 대한 생각이 다시 나를 찾아왔다. 하지만 너무 늦게 찾아온 생각에 이렇다 할 결과물이 없이 시간은 계속 흘렀다. 

 

 

 

2022년 겨울, 다시 고민을 한다.

지금의 고민은 2008년의 고민보다 많이 복잡한 고민이다. 내 나이가 많아져서 생각할게 많아졌다.

 

지방 사립 대학이 맞이한 문제는 매우 심각하고 미래가 희망적이지 않다.

   - 학생 수 급감에 의한 수입(등록금) 급감. 10년 뒤에 학생 수 급감이 또 온다.

   - 정부의 등록금 동결 정책(15년)에 따른 기본급 동결

   - 정부의 다양한 규제와 많은 평가 보고서

   - 대학 수입의 대부분(50~70%)은 등록금 수입이며, 대학 지출의 대부분(50~70%)은 교직원 인건비이다. 수입의 대부분인 등록금 수입이 급감하지만 지출의 대부분인 인건비는 급여 삭감 말고는 줄일 방법이 없다.

   - 개선이 없다.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

 

 

문제가 더 있다.

   - 인건비 문제 때문인지 퇴직/퇴사자가 있어도 신입직원을 뽑지 않거나 소수를 뽑는다.

   - 코로나19 등 환경변화로 인해 다양한 제도를 만들고 "없애고" 있다.

   - 즉, 일할 사람은 줄어들고 있는데 해야할 일은 늘어나고 있다.

   -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에게 평가보고서 작성 등의 연구교수(연구원) 역할까지 가중하고 있다.

 

 

멘탈을 건드리는 문제도 있다.

   - 15년간 등록금 동결에 의한 15년간 기본급 동결. 

   - "하후상박"이라는 감언이설에 속아 바뀐 급여 체계로 인한 낮은 급여와 사라져 버린 사다리

   - 부서별 업무 난이도 및 강도에 의해 벌어지는 전보인사 복불복 게임(나는 왜 매번 힘든부서... 저 인간은 왜 매번 쉬운 부서...)

   - 일부 교수의 갑질(직원은 행정, 교수는 교육이라는 영역이 있는데, 직원의 영역을 아무렇지 않게 간섭/침범/갑질하는 일부 교수)

   - 내가 하는 일이 결국 교수가 친 사고 수습과 뒷 정리라는 허망함

   - 직원의 끝은 팀장, 교수의 시작은 처장(팀장 위, 임원). 어느 순간 나보다 어린 교수들이 채용되고, 얼마의 시간이 흐르면 그들 중 일부는 내 상사가 될 것임

   - 어느 직장과 마찬가지로 정치적인 문제. 누구누구는 백이 있다더라. 누구누구는 저~ 높은 사람과 친하다더라.

   - 직원 평가(A,B,C,D,E) 결과, 나는 B이고 B라는 것에 동의하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A들...

 

 

장점도 있다.

   - 9 to 5.

   - 자유로운 휴가 사용. 연가보상비는 없음

   - 형식적인 KPI

   - 직업 소개의 편리함

   - 정년보장

   - 인위적 해고는 없을듯

   - 이미 적응해버린 나

   - 아직은 희망이 있는 사학연금

   - 자녀가 본 대학 진학시 전액 장학금(10년 뒤에.... 과연....)

   - 부속 병원 할인(실비 있는데...)

 

 

공무원의 현실 (출처: https://blog.naver.com/kngkkng/222508090543)

 

 

정부가 많은 대학들이 직면한 문제를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이 벌려놓은 판(1996년 김영삼 정부 시절 시행된 대학설립 준칙주의)이니 말이다. 또한 대학이 사라지면 대학 주변의 부동산과 상권에도 엄청난 타격을 주게 되어 작은 사회가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기존 고등교육(대학) 예산 8조에 교육세(초중고) 등에서 3.2조를 더해서 11.2조로 대학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사업비로 교직원 인건비와 경상비에 쓸 수 있도록 일부 허용하겠다는 희망적인 계획도 내놓았다. 

 

하나의 대학에 지원해주는 경비가 매년 같을 것이기 때문에 인건비를 인상해도 1회성에 그칠 것이다. 초중고등학생에게 쓸 예산을 대학에 내어주면서 그 돈이 대학 교직원 인건비 인상에 사용되면 그 비난을 어찌 다 수용할는지 의문이다.

 

교육부 보도자료 직후에 180석을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은 반대한다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고, 자기들의 3.2억을 빼앗기는 교육청(초중고) 역시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3.2조원의 감은 어떻게 될까?

 

 

그래서...

감나무 밑에서 내 입 위의 감이 떨어지길 기다리며 입 벌리고 누워 있는 것보다

내가 감을 따기 위해 작대기를 휘둘러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대기를 휘두르면 입벌리고 누워 있는 것보단 힘들겠지만 감을 더 먹을 수 있지 않을까...

 

 

2022.11.16. 코리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생각의 조각들

- https://cafe.naver.com/studentstudyhard/2098088

- https://theqoo.net/review/2143768783

- https://blog.naver.com/kngkkng/222508090543

- http://www.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4367

- https://blog.naver.com/0woo1004/222661453431

- https://cafe.naver.com/workee/786892

- https://blog.naver.com/kngkkng/222879415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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