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낚시에 필요한 소품이 참 많다.

 

그 중에서도 물고기를 잡은 다음 바늘을 빼내기 위한 소품도 다양하다.

 

물고기들이 입술 언저리에 바늘을 꼽고 올라와주면 참 고맙겠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다. 물고기 입을 벌려보면 바늘이 겨우 보일 정도로 깊숙이 삼키고 올라오는 경우도 잦다. 잡혀주는게 어딘데, 바늘을 깊숙이 삼키고 왔다고 불평해서는 안될 거 같다.

 

그래서 포셉이라는 것을 장만하게 되었다! 정식명칭은 Forceps로 '포셉'이나 '포젭'으로 불린다. 발음상으로는 포셉이 더 맞겠다.

 

예전 중고등학생 때 과학 실험에서 사용해 본 적이 있어 생김새는 낯설지 않았다. "가위처럼 잡고 앞부분을 물고기 주둥이에 밀어 넣어 바늘을 잡은 후 살살 비틀어 빼내면 된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았다. 포셉이 아직 손에 익지 않아서 인지 사용함에 있어 불편함이 많았다.

 

첫 번째 불편함은 바늘을 빼는 과정에서 목줄 손상이 많았다. 정확히 바늘을 집어서 빼내야 하는데, 목줄을 집거나 바늘과 목줄을 함께 집어서 생기는 현상일 것이다. 벵에돔 같은 물고기는 주둥이가 작다보니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사진1. 포셉에 의해 손상된 목줄>

 

<사진1>은 감성돔 3호 바늘에 2호 원줄을 묶은 후, 포셉으로 바늘 위 줄에 손상을 가한 사진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손상을 "설정"해서 촬영했지만, 실제 낚시를 하면서 이런 목줄 손상이 잦았다. 이러한 손상은 포셉의 톱니모양 집개 부분에 의해 발생했다. 물고기를 잡은 후 뒤처리를 빠르게 하고자 포셉을 구입했는데, 목줄 손상으로 인해 바늘을 다시 묶어야 하니 뒤처리가 전혀 빨라지지 않았다.

 

 

포셉을 사용하면서 발생한 두 번째 불편함은 바늘 손상이다. 물고기 입속에 박힌 바늘을 포셉으로 정확히 집어 빼낸 경우, 목줄의 손상은 피할 수 있었지만 바늘의 코팅에 손상이 있었다. <사진1>의 바늘은 검은색이지만, 녹색이나 핑크색으로 코팅된 바늘은 십중팔구 코팅의 일부가 손상되었다. 마치 복어가 바늘을 씹어 먹은 듯 했다. 이 문제는 포셉의 손잡이 부분에 안쪽으로 튀어나온 걸쇠가 걸리면, 바늘만 살살 집어서 빼내고 싶더라도 걸쇠의 꽉 물린 힘에 의해 집게 부분의 톱니가 바늘을 손상시키는 것이 원인으로 보였다. 

 

 

그래서 포셉 튜닝의 목표는 정해졌다.

1. 집게의 톱니 모양 무력화

2. 손잡이 안쪽의 걸쇠 무력화

 

 

집게와 걸쇠부분에 테이프를 감으려다가 다이소에서 핫 아이템을 찾았다! 바로 "열수축튜브" 이다.

 

<사진2. 열수축 튜브1>

 

<사진3. 열수축 튜브2>

 

 

다이소 열수축튜브는 두 가닥의 전선을 연결할 때 고정 및 피복 역할을 하는 것으로써 평소에는 3, 4, 6mm의 직경이지만 열을 가하면 그 직경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이 특징이다. 휴대폰 충전 케이블 끝부분이 잘 갈라지는데, 이 녀석을 활용하면 도움이 되겠다.

 

열풍기로 열을 가할 수 있다고 설명되어 있어 집에 있는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할 생각이었지만, 드라이어는 충분하지 않았다. 뒷면 사용설명서에도 "드라이기의 열로는 충분히 수축되지 않을 수 있다"라는 설명이 있었다. 드라이어로 잠시 해보다가 라이터를 집어 들었다.

 

 

<사진4. 포셉 튜닝 중>

 

라이터로 수축시키는 것이 훨씬 빨랐다. 그리고 훨씬 더 많이 수축되었다. 열수축튜브 앞면에 "튜브 직경이 절반으로 수축된다."라는 설명이 있는데, 라이터로 수축시키니 절반보다 더 좁게 수축되었다. 라이터를 사용하는 것의 단점은 살짝 그을음이 남는다. 라이터의 고열 때문인지는 원래 그런 것인지 불명확하지만, 수축된 고무가 딱딱해졌다. 안정감이 들어서 좋다.

 

 

<사진5. 포셉 튜닝 완료1>

 

<사진6. 포셉 튜닝 완료2>

 

 

5분도 걸리지 않아 포셉 튜닝을 마무리 지었다. 목표했던 것도 다 달성이 되었다.

 

1. 집게의 톱니 모양 무력화

2. 손잡이 안쪽의 걸쇠 무력화

 

 

튜닝 된 포셉으로 목줄을 꾸욱 집어봤지만, <사진1>과 같은 손상 없이 매끈한 목줄 그대로였다. 힘을 줘서 걸쇠가 걸리게 해봤지만, 걸림 없이 내가 원하는 데로 움직여줬다. 내가 생각한 방향대로 튜닝이 되었으니, 이제 실전에서 사용해봐야겠다.

 

 

그런데, 낚시 언제 가지?

 

2017.12.26. 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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