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과 관련된 TV 프로그램을 보던 중 위 사진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저 선수의 눈물은 절대 기쁨의 눈물로 보이지 않았다. 올림픽 금메달과 슬픔이 가득 찬 표정을 보고 있으니 고 손기정 선수가 시상대에 올랐을 때 모습이 잠깐 스치고 지나갔다. 저 선수의 사연이 궁금해 자료 조사를 조금 해보았다.

 

- 이름 : 천스신(중국어 간체: 陈诗欣, 정체: 陳詩欣, 병음: Chén Shīxīn)

- 국적 및 직업 : 타이완(대만)의 태권도 선수,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타이완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딴 선수

- 사진이 찍힌 시기 : 2004.08.27. 아테네 하계 올림픽

- 울고 있는 사연 : 금메달을 땄지만 타이완(대만)의 국기가 게양되지 않고 국가가 울려 퍼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그 선수 국가의 국기가 게양되고 국가가 울려 퍼지게 된다. 하지만 천스신 선수가 태권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는 달랐다. 타이완(대만) 국기 대신 중화(대만)올림픽위원회 깃발이 게양되었고, 국가 대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국기가 "song of the national flag"가 연주되었다.

 

 

<그림1. 대만국기와 중화(대만)올림픽위원회기>

- 왼쪽은 대만국기인 청천백일만지홍기, 오른쪽은 중화(대만)올림픽위원회기

- 중화올림픽위원회기의 파란색과 빨간색 테두리는 중화민국의 국화인 매화이고, 그 안에 청천백일(靑天白日, 국기에서 가져옴)과 오륜기가 그려져 있다.

 

 

<그림2. 올림픽에서 대만 선수단의 입장 모습>

- 대만국기가 보이지 않는다. 국가의 영문이름도 Chinese Taipei 이다.

 

 

자료를 조사하면서 오래된 궁금증이 하나 풀렸다. 매번 올림픽에서 대만이 입장할 때 국기가 아닌 다른 깃발을 들고 입장하고, 선수들의 운동복에도 대만 국기가 보이지 않았다. 대문 사진에서 천스신 선수가 울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요약하면 중국이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며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고 있지 않고, 중국의 영향력 아래에서 국제사회에서도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에 국기나 국가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의 배경을 알기 위해선 세계사가 필요하다.

 

1911년 신해혁명으로 청조가 무너진 후 중국 전역은 여러 군벌(軍閥, 군사력을 기반으로 지방을 지배하던 중국의 군인 세력)이 지배하고 있었다. 중화민국의 통치권을 확립하기 위하여 중국 국민당과 중국 공산당은 군벌세력으로 분열된 중국을 재통일하기 위해 제1차 국공 합작을 이루게 된다.

 

하지만, 1925년 국민당을 이끌던 쑨원이 죽고 장제스가 총사령관이 된 후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을 벌여 중국 공산당은 괴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고 숨어들게 되었다. 이렇게 제1차 국공 합작은 결렬되었다.

 

장제스는 지속적으로 공산군을 토벌하였지만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만주사변을 일으킨 일본의 위협이 커지자 다시 공산당과 손을 잡고 중일전쟁에 나서게 되는데, 이를 제2차 국공 합작이라 부른다. 이 항일 전쟁 기간 동안 장제스의 국민혁명군은 일본군에 패하여 세력이 점점 약해져갔고, 공산당의 군사 조직인 홍군의 세력은 점차 커졌다.

 

일본이 패망하고 빼앗겼던 대만도 돌려받은 후, 장제스의 국민당과 마오쩌둥의 공산당은 1946년 6월부터 다시 내전에 돌입했다. 초기에는 미국의 지원을 받는 국민당(중화민국 국군)이 우세였지만 국민당 정부의 부패와 경제 붕괴 등으로 인해 1948년 가을부터는 공산당이 유리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1949년 공산당이 중국 대륙 전체를 차지한 후 마오쩌둥이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을 선포하고 국가주석에 취임하였다. 그해 12월 장제스는 대만으로 탈출한 후 타이페이를 새로운 중화민국의 수도로 정하게 된다.

 

그 후 두 나라(중화인민공화국과 중화민국)는 국제 사회에서 서로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여 경쟁했다. 1960년대까지는 미국의 지원을 받는 대만이 UN 상임이사국이 되는 등 앞서 나갔다. 하지만 1972년 미국 닉슨 대통령이 중국(중화인민공화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 정부를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하면서 대만은 국제사회에서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었다.

 

이 후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며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중국의 영향력 아래 대만은 국가 이름을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이나 대만을 사용할 수 없어 올림픽 무대에서 중화타이페이(Chinese Taipei)로 바꿔야 했다. 반면 중국은 People's Republic of China 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된다. 그 후 국제사회에서 대만의 명칭은 Chinese Taipei로 사용되고 있다.

 

대만이 국가 이름을 "대만" 이라는 명칭 대신 "타이페이"라고 사용하는 것에도 이유가 있다. 중화민국이 대만으로 탈출한 후 중국 대륙을 수복해야 한다는 정서가 있었기 때문에 중화민국 영토의 일부인 대만을 국호로 사용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만의 수도인 타이페이를 대신 사용한 것이다. 중화 타이페이(Chinese Taipei)는 "타이페이를 중심지로 하는 중화 문명"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되고, 중국(China)의 일부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런 역사적 배경 아래, 대만은 올림픽에 출전할 때 자국의 국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같은 이유로 국가도 연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이 2004년 첫 금메달을 따게 되자 천스신 선수는 국기도 국가도 없는 자국의 사정에 울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이 선수는 기자회견장에서도 외국기자단이 중국선수로 오해할까봐 "I'm from Taiwan"이라고 직접 말했을 정도이다.

 

 

2016년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의 쯔위가 한 방송에서 <그림1>의 청천백일기(대만국기)를 흔들었다가 중국네티즌들의 비난을 받은 것도 같은 이유이다.

 

 

 

2018.02.04. 코리.

 

 

 

참고자료

- https://ko.wikipedia.org/wiki/%EC%A4%91%ED%99%94_%EC%98%AC%EB%A6%BC%ED%94%BD_%EC%9C%84%EC%9B%90%ED%9A%8C

- https://ko.wikipedia.org/wiki/%EA%B5%AD%EA%B3%B5_%EB%82%B4%EC%A0%84

- https://namu.wiki/w/%EC%A4%91%ED%99%94%20%ED%83%80%EC%9D%B4%EB%B2%A0%EC%9D%B4

- http://newsteacher.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2/08/2017020800353.html?outlink=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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