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조일시 : 2017.12.08.() 07:00 ~ 14:30

출조장소 : 제주 서귀포시 외돌개 우두암(기차바위 방향)

진입방법 : 성인남자가 낚시가방 1개와 40리터 밑밥통을 두 손에 들고 진입하기 매우 어려움. 돌산 등반 수준임

출조결과 : 긴꼬리벵에돔 20cm ~ 27cm 20여수

 

 

외돌개 우두암 조행기 1편 보기

 

 

기차바위 방향으로 몇 번의 캐스팅 후에 원줄을 시원하게 치고나가는 입질을 받았다. 흥분된 마음을 다독이고 차분히 베일을 닫고 챔질! 하지만 바늘 위 목줄이 잘린 채로 채비가 돌아왔다. 이후 한 번 더 동일한 입질과 목줄 끊김이 있었다. 벵에돔이 목줄을 잘라먹을 리는 없을 거 같고, 복어가 원줄을 시원하게 치고 나가지는 않을 거 같고.... 누굴까? 혹시.... 돌돔(줄돔)???!!!

 

 

<그림1. 외돌개 우두암 위성지도 - 출처 : 네이버 위성지도>

- 노란 점선 : 우두암 진입로

- 빨간 별 : 내 포인트(자리)

- 빨간 X : 내가 채비 던진 곳

- 노란 동그라미 : 현지인 포인트(자리), 이곳은 나중에 현지인의 지인이 와서 2명이서 낚시를 했다

- 노란 X : 현지인이 채비 던진 곳

- 노란 세모 : 다른 사람들이 낚시 하던 곳. 날 도와준 현지인이 나중에 바람이 강해지자 이동한 곳

 

 

수많은 생각을 하다가 캐스팅 포인트를 발 앞인 <그림1>X3으로 바꿔보았다. 발 앞에 밑밥을 꾸준히 넣고 있었기에 벵에돔이 있다면 충분히 입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바늘을 새로 묶기 전에 발 앞에 밑밥을 넣고, 바늘을 묶은 후 조금 멀리 캐스팅해서 조금 가라앉힌 다음 발 앞으로 끌고 와 천천히 채비를 내렸다. 그 후에 밑밥을 또 한 주걱 뿌렸다.

 

잠시 후, 이번에도 원줄을 시원하게 치고 나가는 입질을 받았다. 베일을 닫고 챔질하자 1호대가 수면으로 고개를 한껏 숙이고 있었다. 잘하면 뜰채를 써야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서 얼굴을 보고 싶어 열심히 릴링을 하는데 갑자기 대가 하늘로 서버렸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채비를 회수해보니 또 바늘 위 목줄이 끊겨 있었다. 누굴까...

 

같은 방식으로 동일한 포인트에 채비를 내려 보았다. 조금 전 보다는 크기가 작은 거 같았지만 비슷한 방식으로 다시 입질이 들어왔다. 아까보다 더 빨리 릴링했다. 얼굴을 보고 싶었다. 찌가 보이고 물고기가 수면에 형태를 들어냈다. 이럴 수가... 복어다. 500ml 생수병보다 큰 복어가 얼굴을 내밀었다. "아놔..." 하는 시점에 다시 바늘 위 목줄을 끊어먹고 물속으로 사라졌다.

 

낚시를 시작한지 30여분 만에 낚시 바늘 4개를 해먹었다. 복어의 입질도 원줄을 치고 나간다는 걸 알게된 후 발앞 포인트는 포기하고 처음 캐스팅한 곳으로 다시 채비를 보냈다.

 

<그림1>X1로 채비를 보내고 발 앞과 찌 주변에 밑밥을 넣어주고 기다렸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채비가 10m 정도 가라앉았을까? 원줄이 시원하게 풀려나가는 입질을 받아 베일을 닫고 챔질! 이 때 즈음부터 20 ~ 25cm 정도 되는 긴꼬리벵에돔이 잡히기 시작했다. 잡고 방생하기를 조금 반복하다가 보니 일정한 패턴이 보였다. <그림5>X1에 캐스팅을 하고 시간이 조금 지나 채비가 X2 인근에 다다르면 원줄을 풀어헤치는 입질이 오는 패턴이었다.

 

 

그 패턴에 따라 긴꼬리벵에돔을 잡다가 시간이 갈수록 사이즈가 조금 커져서 25cm는 넘는 게 잡혔다. 이제부터는 조금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두레박을 물칸으로 쓸 생각으로 두레박을 바다로 던졌다. 두레박에 물이 잘 들어가지 않았는데 두레박을 오래 조래 흔들었더니 물이 가득 차버렸는지 두레박이 잠기고 있었다. 이제 두레박을 건지려고 들었는데..... 또 다른 어려움이 나에게 다가왔다.

 

두레박을 살림통으로도 쓰기위해 큰 것을 샀다. 아마 26cm이었던 걸로 기억난다. 아래 <사진 전날의 섭지코지 기차바위 조행기를 보면 두레박이 30리터 밑밥통보다 조금 작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1. 섭지코지 기차바위에서 동쪽 간출여 방면 경치>

-섭지코지 기차바위 조행기 1/2 보기

 

 

갯바위에서 큰 두레박에 물이 가득 차올랐으니 당연히 올리기가 만만치 않은데, 내 두레박이 떨어진 곳 앞에 턱이 있었다. 두레박을 끌어올릴 수 없었다. 억지로 올리다보니 두레박줄이 쓸리는 느낌을 받았다. 두레박을 올리는 위치도 옮겨보고 방법도 바꿔보고 머리를 굴려봤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

 

조금 전에 잡은 25cm 넘는 긴꼬리벵에돔은 갯바위에서 팔딱이자 마음이 급해졌다. 강제집행 하기로 마음먹고, 두레박줄이 버텨주길 바라면서, 당겨 올리기 시작했다. 턱에 걸렸는지 잘 올라오지 않자 더욱 힘을 써서 당기는 순간...

 

!!!!

 

엄청 큰 소음이 들렸다. 그리고 손에 잡고 있던 줄에 무게가 사라졌다.

 

 

<사진2. 외돌개 우두암에서 두레박을 잃고 말았다>

 

이럴 수가... 두레박을 잃었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잠시 망연자실하며 떠내려가는 두레박을 바라보고 있었다.

 

갯바위에서 펄떡이는 긴꼬리벵에돔이 내 정신을 잡아주었다. 힘들어 보여 물티슈를 살짝 덮어주고 (이때는 풀어줘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옆에 있던 현지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두레박을 잠시 빌려 물을 뜬 후, 밑밥통의 밑밥을 한 쪽으로 몰아 만들어진 공간에 비닐봉지를 놓고 그 속에 바닷물을 부었다. 그리고 그 속에 긴꼬리벵에돔을 넣어줬다. 참 어려운 낚시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입질은 계속 오고 있었다. 그 것도 계속 원줄을 시원하게 가져가는 긴꼬리벵에돔이다. 또한, 입질의 수심은 계속 깊었다. 최소 5m 깊게는 10m 까지도 채비가 내려가야 입질을 하고 있었다. 한 가지 더 재미있는 것은 채비를 던진 후 밑밥을 던지지 않으면 입질이 없었다. 밑밥을 던졌을 때만 입질을 받은 것이다. 밑밥 동조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다.

 

집으로 데리고 갈만한 25cm 넘는 긴꼬리벵에돔이 조금 쌓이고 입질이 뜸해지자 오전에 큰 복어를 잡았던 발앞 포인트에 다시 한 번 채비를 넣어보았다. 조수고무가 눈에서 사라지고 채비가 더 깊숙이 들어가자 깜짝 놀랄만한 입질을 받았다. 얼른 베일을 닫고 챔질 후 목줄이 끊기기 전에 서둘러 채비를 회수했다. 올리는 중에도 계속 처박으면서 힘을 쓰고 다 올라와서는 옆으로 째는 모습도 보이며 피아노줄 소리까지 내면서 들어뽕으로 잡아 올릴 수 있었다.

 

오늘의 장원인 30cm에 조금 미치지 못할 긴꼬리벵에돔이 올라왔다.

 

1호 대로는 30cm는 넘어야 시원한 손맛을 볼 수 있을 거 같았다. 주로 출조하는 포항과 경주에서는 매우 어려운 이야기이겠지만 말이다...

 

만조시각인 오후 130분을 넘어서자 입질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심지어 15cm 될까 말까한 긴꼬리벵에돔이 잡히기도 했다. 낚시대를 잠시 기대두고 잠깐의 휴식을 가졌다. 일몰까지 낚시를 하고 싶었지만, 오늘 다양한 이벤트로 인해 힘이 빠져서인지 "열정"이 많이 식었다.

 

입질도 없고, 힘도 들고, 춥고, 배도 고프고...

 

결국 2시쯤에 철수를 결정하고 서둘러 비행기표를 예매한 뒤 정리에 들어갔다. 물고기를 장만하고 짐 정리 후 서둘러 철수길에 올랐다 들어온 길을 따라 나갈 생각을 하니 벌써 힘이 들었다.

 

조심히 나온다고 했지만, 나와 보니 손바닥에 상처가 3군데 나 있었다. 피도 조금 나고 쓰렸다. 갯바위에서는 장갑이 중요한데, 전날 쓴 장갑을 젖은 채로 그냥 낚시가방에 던져놨더니 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갯바위를 잡고 나오면서 이 정도인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며 서둘러 차로 이동했다.

 

렌트카를 반납하고 공항으로 이동(셔틀버스)한 후 면세점에 들러 송송이(아내) 선물을 하나 사고(^^;)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피곤한 몸을 뒤로 하고 잡아온 고기를 싱그대에 쏟아내자 송송이가 "우와~~~!!" 하며 즐거워했다. 지금까지 낚시가면 주로 꽝을 치고 고기를 잡아와봤자 한 두 마리였는데, 크기도 크고 10마리 남짓 잡아오니 신기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사진3. 외돌개 우두암에서의 조과1>

 

<사진4. 외돌개 우두암에서의 조과2>

 

 

나 또한 낚시를 다녀와서 그 날 잡은 물고기로 배부르게 먹은 것은 처음인 것 같았다. 회도 맛있었고, 구이도 맛있었다. 즐거운 식사를 하면서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었다.

 

언제쯤 또다시 제주도에서 낚시대를 펼 수 있을까?

 

2017.12.22. 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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