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1일부터 초등학교 저학년(1, 2학년)의 영어 방과후학교 과정이 전면 폐지된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교육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영어 수업도 금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교육부는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히긴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영어 방과후학교 과정이 금지되는 것에 대한 찬반여론도 극명하게 갈린다.

-한참 우리말을 배워야 하는 아이들에게 외국어를 가르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영어 사교육이 늘어날 수 있다.

 

 

나는 이 논란의 핵심은 수능시험의 변별력 확보를 핑계로 한 엉망진창으로 만든 우리나라 교육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국어는 작가의 의도를 찾으라 강요하고(과연 작가 본인에게 작품의 의도를 물어는 봤을까?), 영어는 단어와 문법에만 치중하다보니 성인도 읽고 풀기 힘든 내용을 지문으로 출제하고, 수학은 인문계 학생에게 미적분을 풀어라 하는 것이, 난 37이 된 지금까지도 이해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중등(중·고등학교) 교육과정은 그 자체로 이미 선행학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중등교육과정 어디에도 철학은 보이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생각"이 아닌 "암기"를 강요하고, 문제 풀이만 교육시키는 학교가 꿈을 가지라고 이야기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과 유치원 및 어린이집에서 영어교육을 시키는 것은 나 또한 반대한다. 자라나는 새싹들에겐 우리말을 가르쳐 자기생각을 조리 있게 표현하고 토론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줘야 할텐데, 어린이집에서부터 이미 원어민 영어놀이가 실시되고 있다. 영어유치원은 돈이 있어도 못 보내는 실정이다. 영어유치원에 입학 상담하러 가면, 아직 한글도 제대로 못 읽을 5살짜리에게 "(영어) 라이팅(writing) 되요?"라고 물어본다는 이야기는 현 상황을 단편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우리집에 있는 만4살(39개월)짜리 아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A, B, C 알파벳은 잘 읽는데, ㄱ, ㄴ, ㄷ 한글 자음은 읽지 못했다. 처음에는 그런 모습이 귀여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안타까운 마음이 커졌다. 교육부는 과연 이런 현실을 알고 있을까?

 

 

 

조금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지금 초등학교 저학년, 유치원, 어린이집에 있는 아이들이 2,30대가 되어 사회생활을 할 때, 과연 외국어능력이 필요할까? 이어폰만한 사이즈의 동시 통역기가 상용화 되어 있지 않을까?

 

 

현 시스템에서 영어방과후 과정을 없애면 그 수요는 모두 사교육 시장이 흡수할 것이고, 또 다시 공교육 실패 사례가 생기게 될 것이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공교육 실패를 가져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현재 초등학교 저학년들은 약 10년 뒤에 수능을 치르게 된다. 그들의 중등교육과정과 수능이 지금과 같은 체제를 유지한다면, 영어 방과후학교 과정을 금지시키는 것은 "공교육 정상화"가 아닌 "사교육 활성화"를 이루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은 외국어가 아닌 우리글을 배워야 한다. 당장 A, B, C를 읽는 능력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기 생각을 잘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토론할 수 있는 능력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끝.

 

 

 

 

 

 

이런 논란이 일어난 배경을 잠시 살펴보면, 

2014년 제정된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학습 규제에 관한 특별법", 일명 선행학습 금지법 때문이다. 이 법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공교육을 담당하는 초중등학교의 교육과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하기 위하여 교육관련기관의 선행교육 및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행위를 규제함으로써 교육기본법에서 정한 교육 목적을 달성하고 학생의 건강한 심신 발달을 도모하는 것"

 

이 법이 주로 금지하고 있는 행위는 학교 시험 범위와 각종 교내 대회에서 학생이 배운 학교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하여 평가하는 행위이다.

 

최근 이 법에 의해 몇몇 대학이 교육부로부터 정원감축을 통보받는 일이 있었다. 2017년 11월, 연세대 서울캠퍼스 및 원주캠퍼스와 울산대가 2년 연속으로 이 법을 위반해서 위반 계열 2019학년도 입학정원의 각각 5% 및 3% 모집정지 처분을 확정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선행교육예방연구센터는 2017학년도 논술 및 구술·면접고사를 실시한 57개 대학의 2,294개 문항을 대상으로 고등학교 교육과정 위배 여부를 분석한 결과이다. 고교 교육에서 벗어나는 대학별 고사를 출제함에 따라 실질적인 제재가 가해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정원 감축을 학교 전체 정원이 아닌 법을 위반한 계열의 정원을 기준으로 제재한 것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연세대 서울캠퍼스는 자연계열·과학공학인재계열·융합과학공학계열 3곳은 원래 정원(677명) 보다 34명 적게, 원주캠퍼스 의예과(정원 28명)는 1명 적게, 울산대학교 이과계열(정원 104명)은 2명을 적게 선발해야 한다. 연세대 서울캠퍼스 2019학년도 입학정원 3,447명의 0.9% 수준에 불과하여 제재 수준이 너무 낮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관련 기사 : http://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179256, http://www.ajunews.com/view/20180103134036806)

 

이 법은 2014년 3월 11일 제정되어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되었다. 다만, 초등학교 1학년과 2학년의 영어 방과후학교 과정은 2018년 2월 28일까지 법 적용에서 배제되었다.(법 제16조, 동법 시행령 제17조) 즉, 이번 3월 1일부터는 초등학교 저학년은 대상으로 한 영어 방과후학교 과정을 운영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던 찰나에 2017년 12월 28일, 한 언론사의 "유치원, 어린이집서 영어수업 금지... 학원만 웃나" 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교육부가 이르면 내년부터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영어교육을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라는 내용으로 보도되었다.

 

이에 교육부는 기사가 나간 바로 그 날 보도(해명)자료를 통해 유치원과 어린이집 방과후과정에서의 영어교육 금지와 관련해서는 확정된 바가 없으며, 시도교육청과 학부모 등의 의견수렴을 통해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2018.01.12. 코리

 

 

  1. cory.j 2018.01.17 09:31 신고

    교육부, 유아 단계 조기 영어교육 부작용부터 우선 해소 추진

    교육부는 유아 등의 발달단계를 고려하여 조기 영어 교육 폐해를 개선하고, 미래사회에 부합하는 인재양성을 위해 유아 및 학생이 중심이 되는 교육문화를 조성한다는 원칙을 지켜가되, 국민의 우려와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여 우선, 유아 등을 대상으로 한 과도한 영어 사교육과 불법 관행 개선에 주력하고, 다양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유치원 방과 후 과정 운영기준을 내년초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http://www.moe.go.kr/boardCnts/view.do?boardID=294&boardSeq=73090&lev=0&searchType=null&statusYN=W&page=1&s=moe&m=0503&opTy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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